SlideShare uma empresa Scribd logo
1 de 103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 
‘한국의 경제학자들‘ 출간 기념 특강. 
이정환. 11월1일 신촌 미플.
이야기 순서. 
• 삼성의 현재와 미래, 이건희 이후 삼성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 이재용의 아킬레스건. 
• 이재용의 황태자 재테크. 
•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 
• 삼성과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를 보는 7가지 시선. 
• 삼성 미디어 제국.
이건희(이재용) 왕국의 최대 아킬레스건. 
• 순환출자 금지. 
• 금융산업 분리. 
• 상속세. 
• (그리고 어머니. )
이건희 회장이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이유. 
• 상속법 개정안에 따르면 홍라희 여사가 선취분으로 50%, 나머지 50%를. 1.5+1+1+1로 분할. 
• 홍라희 여사가 50+16.7%. 나머지 세 자녀가 11.1%씩. 
• 현행 상속법으로는 1.5+1+1+1. 홍라희 여사가 33.3%, 나머지 자녀들이 22.2%씩. 
• 사실 이재용에게 상속세는 큰 부담이 아닌데, 유서가 관건. 
• 2003년 김정태 행장의 사례. 
• 이맹희씨 사례. 
• 왕이 누워있으면 왕비가 실권 장악. 
• 한전부지 입찰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자산은. 
•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3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지분이 3.4%, 삼성생명 지분이 20.8%, 
제일모직(에버랜드) 지분이 3.7%, 그리고 삼성물산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이 각각 1.4%와 1.1%씩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1년 평균 주가로 환산한 결과 이것만 해도 11조7180억원. 여기에 비상장 
주식이 4790억원 정도 되고 부동산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6780억원 정도 더 있다. 
• 최대 50%의 상속세 세율이 적용되지만 여러 가지 상속세를 줄이는 합법적인 수단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물려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내야 할 상속세는 
적게는 3조원에서 많아봐야 5조원 정도가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삼성전자 0.6%, 제일모직 25.1%, 삼성SDS 11.3%, 삼성자산운용 7.7% 등 모두 더해도 
3조원이 채 안 된다.
• 만약 지주회사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상속이 
개시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떠밀리듯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삼성생명을 
계열 분리하고 계열사 상당 부분을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재용 후계 구도와 관련한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돌지만 어떤 시나리오도 지배력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상속이 시작되는 게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 재벌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관점과 오히려 경제력 집중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관점이 충돌하지만 분명한 건 3세 경영으로 들어가면서 삼성이 직면한 위험이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대마가 
무너지면 최종 대부자는 국가가 된다. 국가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이재용 후계 구도의 전제 조건. 
•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가가 충분히 낮을 것. 
• 삼성SDS의 주가가 충분히 높을 것. 
•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것. 
• 무엇보다도 어머니와 두 동생 사이에 재산 분할 합의가 전제 조건.
이재용의 황태자 재테크. 
• 삼성왕국의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을 받기도 전에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은 재벌 
그룹 후계 작업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정교하고 치밀하다. 1995년, 이 부회장이 스물일곱살, 
삼성전자 부장이던 시절,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 받은 게 전부였다. 이때 
낸 증여세가 16억원, 이 부장은 나머지 44억8000만원으로 비상장 기업이었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였다가 상장 직후 처분해 떼돈을 벌어들인다. 
• 각각 7877원과 1860원에 산 주식이 3만5593원과 2만8099원으로 뛰어오르고 이 부장은 42억원을 
투자해 457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다. 이듬해에는 제일기획 주식을 2016원에 사서 역시 상장 
직후 1만6116원에 내다 팔아 18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이 부장은 
그해 12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에 48억3000만원을 투자해 31.9%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다. 직책은 부장이었지만 이 부장은 이때 일본 유학 중이었다.
• 이때부터 이미 삼성그룹은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장이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된 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매입가격은 9000원,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로 뛰어오른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카드·삼성SDI→에버랜드의 순환출자 구조가 이때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총자산이 8387억원에 
이르는 회사의 지분 50.2%를 이재용 남매는 97억원에 사들였다. 에버랜드 사장 등을 상대로 
제기된 배임 소송에서 법원은 에버랜드 주식 1주의 순자산가치가 22만3659원이라고 밝혔다. 거의 
30분의 1 수준에 사들였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파격적인 조건인데도 기존 주주들이 전환사채 
청약을 포기했다는 사실도 그룹 차원의 특혜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 이 부장은 2000년 e-삼성을 설립해 삼성그룹의 인터넷 사업을 총괄 지휘,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 부장은 2001년에는 입사 9년4개월만에 상무보로 승진한다. 보통 
22년이 걸리는 임원 승진 코스를 이 상무보는 해외 유학 기간 동안에 끝냈다. 그러나 e-삼성은 손 
대는 사업마다 실패했고 이 상무보가 보유하고 있었던 계열사들 지분은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등 
계열사들이 넘겨받아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았다. 
• 이 상무보는 2003년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전무로, 2009년에는 부사장으로, 그리고 
그해 12월에 곧바로 사장으로, 2012년에는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다.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듬해 곧바로 복귀했다. 이재용 프로젝트라고 불렸던 중국 디스플레이 
공장 신규 투자 역시 성과가 그리 좋지 않다.
•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에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이 거의 전부다.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 이후 
상장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은 11.3%, 65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헐값 매각 논란이 있었지만 이 지분이 향후 이재용 왕국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지분 맞 교환의 종자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이 부회장이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든 비용은 1995년 
이 회장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 받으면서 낸 증여세 16억6000만원이 전부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구축한 덕분에 삼성생명의 대주주 에버랜드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적 대타협론. 
• 기본 문제의식은 고용 없는 성장과 주주 자본주의. 
• “삼성과 같은 재벌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경영권 세습을 
용인할 테니 노동조합을 인정하라, 이사회의 40% 정도를 정부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에 할당해 
사회의 감시를 받아라, 그리고 이런 체제 아래서 10년 후에 그 경영권 세습의 결과를 평가하자,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스웨덴의 찰츠요바덴 협약. 발렌베리와 LO의 대타협 사례.
장하준. 
• 10년 전 장하준 교수가 사회적 대타협론을 처음 이야기했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 “재벌을 깨는 게 최선입니까. 재벌보다 더 위험한 게 주주 자본주의입니다. 재벌을 주주 
자본주의에서 독립시켜야 합니다.” 
•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이른바 빅딜론이었죠. 
• “지금은 자본파업 시대입니다. 고용도 투자도 늘지 않아요. 재벌 후계 구도를 용인하고 대신 
받아낼 걸 받아내자는 겁니다. 스웨덴 살스쇄바덴 협약처럼 말이죠.” 
• 그런데 장하준 교수는 10년 동안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 특검도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 재벌 규제는 거의 다 풀렸죠. 도대체 뭘로 타협을 할 건데? 그런 이야기가 나올만 
하죠.
연대임금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저임금으로 버티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상당 부분 임금이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 
강력한 연대의식과 중앙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퇴출과 무더기 실업으로 이어진다. 이 원칙이 
가능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수적이다. 
•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제공해야 하고 
끊임없이 고용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 장하준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했던 김상조 교수와 장하성 교수 등을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 
• “투기자본의 앞잡이들!” 
• 재벌이 신자유주의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엄청난 공격에 
부딪혔습니다. 
• “재벌 옹호론자!” 
• “재벌의 하수인!” 
• 그렇지만 장하준 교수만큼 책이 많이 팔린 경제학자가 없죠. 장 교수의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김상조와 장하성. 
• 김상조 교수나 장하성 교수 등은 오히려 주주 자본주의로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김상조 : “한국 재벌은 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천민 자본주의다.” 
• 장하성 : “한국은 아직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 이분들은 여전히 주주들이 권리를 찾아야 경제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장하성 교수는 
“월스트리트 앞잡이라는 비난에 동의하지 않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해서 여의도 앞잡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 “전문 경영인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외부 통제가 필요하다.”
김성구. 
• 장하준 교수를 두고 “수구 좌파”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고 김상조 교수를 두고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죠. 
• 진짜 좌빨 김성구 교수는 두 사람을 모두 싸잡아 비판합니다. 
• 장하준 교수를 겨냥해서는 
• “재벌과 화해하면서도 진보적 성향의 교수로서 명망을 유지하려는 기회주의적 방식” 
• 김상조 교수에 대해서는 
• “전에는 케인스주의자였고 지금은 제도주의 경제학을 추구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에 의해서도 
적지 않게 오염된 경제학자”라고 평가했고요.
• 김성구 교수는 신자유주의라는 개념부터 잘못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 신자유주의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런 개입이 오히려 독점자본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합니다. 
• 김성구 교수는 재벌 해체가 아니라 재벌의 사회화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 “재벌 개혁은 신자유주의의 음모다.”
김상봉. 
• 김상봉 교수는 아예 투표로 삼성전자 회장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왕의 목을 쳐라.”
윤창현과 김정호. 
• 가장 오른쪽에는 윤창현 교수나 김정호 교수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 “재벌을 질투하지 마라. 재벌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이 1000만명이나 된다.” 
• “국가가 못한 일을 왜 재벌에게 떠넘기나.”
이용할 것인가, 지배할 것인가. 
• 분명한 것은 정치적 배려가 없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왕국을 그대로 물려받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 그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렇지만 이재용 부회장 주변을 보면 그다지 다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요. 
• “게임의 룰을 어기는 것을 넘어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전성인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몇 가지 의문. 
• 송원근 교수는 “출자 관계가 정리된 것만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고 부당 내부거래 
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재벌 체제가 의결권보 
다 더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면 지주회사 전환 이후 이런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 
다는 이야기죠. 이런 문제의식은 과연 지주회사 체제가 대안인가 하는 의문에 새로운 실마리를 던 
져 줍니다. 
• 과거 그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구조조정본부가 실체가 있는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그룹 전 
체의 의사결정 기능이 더욱 강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송원근 교수는 지주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위 
해 자회사들과 부당 내부거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 
에 확산되는 걸 막기도 어렵다는 거죠. 소유의 집중과 함께 투명성이 높아졌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과연 지배구조의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국가의 개입. 
•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개입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그래서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가를 축출하고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 
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신자유주의 이후 오히려 위기가 반복되고 그때마다 국가 
의 개입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양적완화가 확산되는 것 
만 봐도 그렇죠. 국가의 개입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 김성구 교수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개입을 공격했지만 국가의 개입은 
자본주의 존립의 불가결한 조건이 됐습니다. 실제로 권력을 잡은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교 
리대로 국가개입주의를 철폐하지도 않았죠. 오히려 국가개입주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교리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재벌 개혁 논쟁의 7가지 스펙트럼. 
• 김성구-김상봉-이병천-장하준-김상조-장하성-김정호.
삼성 미디어 제국. 
• “이런 마켓 파워를 이용해 이건희·홍석현 일가가 자신들의 사적인 이해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기업 검열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김춘효 박사 논문의 결론이다. 김 박사는 “신자유주의적 미디어 
산업 구조 개편이 경쟁을 촉진시키기 보다는 소수 재벌 그룹의 과점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김 박사는 “삼성은 3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한국 사회를 통치하기 
위해 미디어 제국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 박사는 “JTBC 뉴스가 진보적 논조를 펼쳐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손석희 
사장 역시 삼성 미디어 제국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하다면 시스템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얼마든지 
진보적인 색깔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결국 버려질 거라는 이야기다. 김 박사는 “JTBC가 삼성의 
치명적인 부분, 자본주의의 근본을 건드리는 걸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결론. 
• 한국 경제의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본권력이 국가권력과 결탁했거나 오히려 국가권력을 
주무르고 있다는 관점입니다. 다른 층위에서는 스스로를 잠식하는 시장의 탐욕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재벌이 국가권력과 결탁해 기득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점이나 재벌 
이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국민경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관점이 모두 가능하죠. 
• 재벌과 타협을 하든 재벌의 약점을 공격하든 재벌이 국민경제에 복무하도록 유인하려면 재벌과 
국가권력의 결탁을 차단하는 게 우선입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국가가 실행 주체가 돼야 할 테니까 
요. 재벌이 먼저 타협하자고 나설 이유도 없겠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이 정부와 국회는 재 
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타협의 상대방이 한 편이니 애초에 동등한 거래가 성립할 수 
가 없죠.
• 결국 삼성과의 싸움을 넘어 삼성이 이미 장악한 국가권력과의 싸움이 돼야 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소액주주 운동 정도로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법 위의 삼성, 그 
서슬퍼런 특검 수사도 헤쳐 나왔던 사람들이니까요. 아울러 재벌과 한국 사회가 공존하는 국가 
차원의 성장 전략도 고민해야 하겠죠.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고 개탄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탈정치화된 시장도 존재하지 않고 탈정치화된 국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 
효율적인 시장이 김상조 교수의 환상인 것처럼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국가를 기대하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국가권력과 결탁한 자본권력, 또는 
자본권력에 지배당한 국가권력을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은 식상하지만 가장 원론적인 
접근이기도 합니다.
• 왕이 무능하면 백성들이 고통을 받지만 삼성 같은 재벌 체제에서 회장이 무능하면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거나 아예 망할 수도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되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겨서 검증해보자는 제안을 했죠. 발상을 전환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를 하되 경영에서 물러나는 그림도 가능할 겁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궈온 
그룹의 명운을 걸고 힘에 부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 재벌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관점과 오히려 경제력 집중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관점이 충돌합니다만 분명한 건 3세 경영으로 들어가면서 삼성이 직면한 위험이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흔히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대마가 무너지면 최종 대부자는 국가가 되죠. 국가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 질문. 
• 대타협의 가능성은 남아있나. 
• 그 이전에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 욕망하면서 혐오하는 그 이름, 재벌. 
• 지구 반대편의 스웨덴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없고 모든 문제를 일거에 쾌도난마하는 대타협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삼성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과대평가할 이유도 없고요. 다만 재벌 의존적인 성장 전략과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는 분배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입니다.

Mais conteúdo relacionado

Semelhante a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Future of Samsung, after Lee Kunhee).

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
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
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Lee Dae Won
 
10월 지혜의공간ii
10월 지혜의공간ii10월 지혜의공간ii
10월 지혜의공간iiDong-Joon Kim
 
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
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
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livewithall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jihoon jung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태형 김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태형 김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태형 김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jihoon jung
 

Semelhante a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Future of Samsung, after Lee Kunhee). (8)

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
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
이정환 블로거 이정환이 꿈꾸는 한국경제
 
10월 지혜의공간ii
10월 지혜의공간ii10월 지혜의공간ii
10월 지혜의공간ii
 
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
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
이재용 이건희 삼성2 전반부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주제별기준) v1.0_180112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
'안철수가 묻고, 장하성이 답하다' 장하성 교수 초청 신년특집 좌담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중간보고 토론회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
안철수의 공정성장론 20150407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
Jj시각 1. 시대이슈 정리(time기준) v1.0_180112
 

Mais de Jeonghwan Lee

Money behind content
Money behind contentMoney behind content
Money behind contentJeonghwan Lee
 
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
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
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Jeonghwan Lee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Jeonghwan Lee
 
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
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
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Jeonghwan Lee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Jeonghwan Lee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Jeonghwan Lee
 
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
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
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Jeonghwan Lee
 

Mais de Jeonghwan Lee (7)

Money behind content
Money behind contentMoney behind content
Money behind content
 
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
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
공인인증서와 갈라파고스 한국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인터뷰 기사 작성 및 실습.
 
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
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
소셜 미디어 시대, 어젠더 시스템의 붕괴와 재 구성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
정치적으로 올바른 경제신문 읽기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소셜 미디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
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
트위터 토론회 발표자료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Future of Samsung, after Lee Kunhee).

  • 1.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 ‘한국의 경제학자들‘ 출간 기념 특강. 이정환. 11월1일 신촌 미플.
  • 2.
  • 3. 이야기 순서. • 삼성의 현재와 미래, 이건희 이후 삼성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 이재용의 아킬레스건. • 이재용의 황태자 재테크. • 사회적 대타협의 가능성. • 삼성과 재벌 개혁, 경제 민주화를 보는 7가지 시선. • 삼성 미디어 제국.
  • 4. 이건희(이재용) 왕국의 최대 아킬레스건. • 순환출자 금지. • 금융산업 분리. • 상속세. • (그리고 어머니.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이건희 회장이 죽어도 죽을 수 없는 이유. • 상속법 개정안에 따르면 홍라희 여사가 선취분으로 50%, 나머지 50%를. 1.5+1+1+1로 분할. • 홍라희 여사가 50+16.7%. 나머지 세 자녀가 11.1%씩. • 현행 상속법으로는 1.5+1+1+1. 홍라희 여사가 33.3%, 나머지 자녀들이 22.2%씩. • 사실 이재용에게 상속세는 큰 부담이 아닌데, 유서가 관건. • 2003년 김정태 행장의 사례. • 이맹희씨 사례. • 왕이 누워있으면 왕비가 실권 장악. • 한전부지 입찰의 경우.
  • 40. 이건희 회장의 자산은. •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3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지분이 3.4%, 삼성생명 지분이 20.8%, 제일모직(에버랜드) 지분이 3.7%, 그리고 삼성물산과 삼성종합화학 지분이 각각 1.4%와 1.1%씩 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1년 평균 주가로 환산한 결과 이것만 해도 11조7180억원. 여기에 비상장 주식이 4790억원 정도 되고 부동산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6780억원 정도 더 있다. • 최대 50%의 상속세 세율이 적용되지만 여러 가지 상속세를 줄이는 합법적인 수단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의 재산을 모두 물려 받는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내야 할 상속세는 적게는 3조원에서 많아봐야 5조원 정도가 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삼성전자 0.6%, 제일모직 25.1%, 삼성SDS 11.3%, 삼성자산운용 7.7% 등 모두 더해도 3조원이 채 안 된다.
  • 41. • 만약 지주회사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상속이 개시된다면 이재용 부회장은 떠밀리듯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삼성생명을 계열 분리하고 계열사 상당 부분을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이재용 후계 구도와 관련한 수많은 시나리오가 나돌지만 어떤 시나리오도 지배력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준비 안 된 상태에서 상속이 시작되는 게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 재벌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관점과 오히려 경제력 집중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관점이 충돌하지만 분명한 건 3세 경영으로 들어가면서 삼성이 직면한 위험이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흔히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대마가 무너지면 최종 대부자는 국가가 된다. 국가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다.
  • 42. 이재용 후계 구도의 전제 조건. •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주가가 충분히 낮을 것. • 삼성SDS의 주가가 충분히 높을 것. •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유지할 것. • 무엇보다도 어머니와 두 동생 사이에 재산 분할 합의가 전제 조건.
  • 43.
  • 44.
  • 45. 이재용의 황태자 재테크. • 삼성왕국의 황태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상속을 받기도 전에 재산을 증식하는 과정은 재벌 그룹 후계 작업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정교하고 치밀하다. 1995년, 이 부회장이 스물일곱살, 삼성전자 부장이던 시절,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 받은 게 전부였다. 이때 낸 증여세가 16억원, 이 부장은 나머지 44억8000만원으로 비상장 기업이었던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였다가 상장 직후 처분해 떼돈을 벌어들인다. • 각각 7877원과 1860원에 산 주식이 3만5593원과 2만8099원으로 뛰어오르고 이 부장은 42억원을 투자해 457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다. 이듬해에는 제일기획 주식을 2016원에 사서 역시 상장 직후 1만6116원에 내다 팔아 18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이 부장은 그해 12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에 48억3000만원을 투자해 31.9%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 주주가 된다. 직책은 부장이었지만 이 부장은 이때 일본 유학 중이었다.
  • 46. • 이때부터 이미 삼성그룹은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 이재용 부장이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된 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매입가격은 9000원,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은 20.7%로 뛰어오른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카드·삼성SDI→에버랜드의 순환출자 구조가 이때 뿌리를 내렸다고 볼 수 있다. • 이 과정에서 에버랜드가 전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총자산이 8387억원에 이르는 회사의 지분 50.2%를 이재용 남매는 97억원에 사들였다. 에버랜드 사장 등을 상대로 제기된 배임 소송에서 법원은 에버랜드 주식 1주의 순자산가치가 22만3659원이라고 밝혔다. 거의 30분의 1 수준에 사들였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파격적인 조건인데도 기존 주주들이 전환사채 청약을 포기했다는 사실도 그룹 차원의 특혜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렵다.
  • 47. • 이 부장은 2000년 e-삼성을 설립해 삼성그룹의 인터넷 사업을 총괄 지휘, 본격적인 후계자 수업에 나섰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 부장은 2001년에는 입사 9년4개월만에 상무보로 승진한다. 보통 22년이 걸리는 임원 승진 코스를 이 상무보는 해외 유학 기간 동안에 끝냈다. 그러나 e-삼성은 손 대는 사업마다 실패했고 이 상무보가 보유하고 있었던 계열사들 지분은 삼성증권과 삼성카드 등 계열사들이 넘겨받아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았다. • 이 상무보는 2003년에 상무로 승진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전무로, 2009년에는 부사장으로, 그리고 그해 12월에 곧바로 사장으로, 2012년에는 부회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다.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에서 물러나 해외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듬해 곧바로 복귀했다. 이재용 프로젝트라고 불렸던 중국 디스플레이 공장 신규 투자 역시 성과가 그리 좋지 않다.
  • 48. •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에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재용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이 거의 전부다. 삼성SDS와 삼성SNS가 합병 이후 상장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은 11.3%, 6578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헐값 매각 논란이 있었지만 이 지분이 향후 이재용 왕국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지분 맞 교환의 종자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결국 이 부회장이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든 비용은 1995년 이 회장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 받으면서 낸 증여세 16억6000만원이 전부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순환출자 구조를 구축한 덕분에 삼성생명의 대주주 에버랜드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은 훨씬 더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 49.
  • 50. 사회적 대타협론. • 기본 문제의식은 고용 없는 성장과 주주 자본주의. • “삼성과 같은 재벌을 사회적으로 통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테면 경영권 세습을 용인할 테니 노동조합을 인정하라, 이사회의 40% 정도를 정부와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에 할당해 사회의 감시를 받아라, 그리고 이런 체제 아래서 10년 후에 그 경영권 세습의 결과를 평가하자, 이런 요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스웨덴의 찰츠요바덴 협약. 발렌베리와 LO의 대타협 사례.
  • 51.
  • 52.
  • 53.
  • 54.
  • 55. 장하준. • 10년 전 장하준 교수가 사회적 대타협론을 처음 이야기했을 때는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 “재벌을 깨는 게 최선입니까. 재벌보다 더 위험한 게 주주 자본주의입니다. 재벌을 주주 자본주의에서 독립시켜야 합니다.” • 그래서 내놓은 대안이 이른바 빅딜론이었죠. • “지금은 자본파업 시대입니다. 고용도 투자도 늘지 않아요. 재벌 후계 구도를 용인하고 대신 받아낼 걸 받아내자는 겁니다. 스웨덴 살스쇄바덴 협약처럼 말이죠.” • 그런데 장하준 교수는 10년 동안 같은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삼성 특검도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 재벌 규제는 거의 다 풀렸죠. 도대체 뭘로 타협을 할 건데? 그런 이야기가 나올만 하죠.
  • 56. 연대임금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 동일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이 원칙은 과도한 임금인상을 억제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저임금으로 버티는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대기업 노동자들의 경우 상당 부분 임금이 깎이는 걸 감수해야 한다. 강력한 연대의식과 중앙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퇴출과 무더기 실업으로 이어진다. 이 원칙이 가능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이 필수적이다. • 실업급여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제공해야 하고 끊임없이 고용창출을 고민해야 한다.
  • 57. • 장하준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을 주도했던 김상조 교수와 장하성 교수 등을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 • “투기자본의 앞잡이들!” • 재벌이 신자유주의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은 엄청난 공격에 부딪혔습니다. • “재벌 옹호론자!” • “재벌의 하수인!” • 그렇지만 장하준 교수만큼 책이 많이 팔린 경제학자가 없죠. 장 교수의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 58. 김상조와 장하성. • 김상조 교수나 장하성 교수 등은 오히려 주주 자본주의로 시장의 질서를 바로 잡고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김상조 : “한국 재벌은 주주 자본주의가 아니라 천민 자본주의다.” • 장하성 : “한국은 아직 신자유주의를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다.” • 이분들은 여전히 주주들이 권리를 찾아야 경제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장하성 교수는 “월스트리트 앞잡이라는 비난에 동의하지 않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해서 여의도 앞잡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 “전문 경영인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외부 통제가 필요하다.”
  • 59. 김성구. • 장하준 교수를 두고 “수구 좌파”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고 김상조 교수를 두고 “진보의 탈을 쓴 신자유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죠. • 진짜 좌빨 김성구 교수는 두 사람을 모두 싸잡아 비판합니다. • 장하준 교수를 겨냥해서는 • “재벌과 화해하면서도 진보적 성향의 교수로서 명망을 유지하려는 기회주의적 방식” • 김상조 교수에 대해서는 • “전에는 케인스주의자였고 지금은 제도주의 경제학을 추구하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에 의해서도 적지 않게 오염된 경제학자”라고 평가했고요.
  • 60. • 김성구 교수는 신자유주의라는 개념부터 잘못돼 있다고 주장합니다. • 신자유주의가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두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정부가 시장의 실패를 보완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런 개입이 오히려 독점자본의 존립기반을 무너뜨린다고 주장합니다. • 김성구 교수는 재벌 해체가 아니라 재벌의 사회화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 “재벌 개혁은 신자유주의의 음모다.”
  • 61. 김상봉. • 김상봉 교수는 아예 투표로 삼성전자 회장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왕의 목을 쳐라.”
  • 62. 윤창현과 김정호. • 가장 오른쪽에는 윤창현 교수나 김정호 교수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 “재벌을 질투하지 마라. 재벌 덕분에 먹고 사는 사람이 1000만명이나 된다.” • “국가가 못한 일을 왜 재벌에게 떠넘기나.”
  • 63. 이용할 것인가, 지배할 것인가. • 분명한 것은 정치적 배려가 없다면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왕국을 그대로 물려받는 게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자칫 그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렇지만 이재용 부회장 주변을 보면 그다지 다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요. • “게임의 룰을 어기는 것을 넘어 게임의 룰을 바꾸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전성인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 64. 몇 가지 의문. • 송원근 교수는 “출자 관계가 정리된 것만으로 지배구조가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고 부당 내부거래 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 것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재벌 체제가 의결권보 다 더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는 게 문제라고 본다면 지주회사 전환 이후 이런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 다는 이야기죠. 이런 문제의식은 과연 지주회사 체제가 대안인가 하는 의문에 새로운 실마리를 던 져 줍니다. • 과거 그룹의 콘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구조조정본부가 실체가 있는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그룹 전 체의 의사결정 기능이 더욱 강화된 것은 분명합니다. 송원근 교수는 지주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위 해 자회사들과 부당 내부거래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한 계열사의 부실이 다른 계열사 에 확산되는 걸 막기도 어렵다는 거죠. 소유의 집중과 함께 투명성이 높아졌지만 지주회사 전환을 과연 지배구조의 개선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 65. 국가의 개입. •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개입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그래서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면 국가를 축출하고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고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 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신자유주의 이후 오히려 위기가 반복되고 그때마다 국가 의 개입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양적완화가 확산되는 것 만 봐도 그렇죠. 국가의 개입 없이는 지속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 김성구 교수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신자유주의자들은 국가의 개입을 공격했지만 국가의 개입은 자본주의 존립의 불가결한 조건이 됐습니다. 실제로 권력을 잡은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교 리대로 국가개입주의를 철폐하지도 않았죠. 오히려 국가개입주의는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교리에 따라 정책을 집행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 66. 재벌 개혁 논쟁의 7가지 스펙트럼. • 김성구-김상봉-이병천-장하준-김상조-장하성-김정호.
  • 67.
  • 68.
  • 69.
  • 70.
  • 71.
  • 72.
  • 73.
  • 74.
  • 75.
  • 76.
  • 77.
  • 78.
  • 79.
  • 80.
  • 81.
  • 82.
  • 83.
  • 84.
  • 85.
  • 86.
  • 87.
  • 88.
  • 89.
  • 90. 삼성 미디어 제국. • “이런 마켓 파워를 이용해 이건희·홍석현 일가가 자신들의 사적인 이해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기업 검열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김춘효 박사 논문의 결론이다. 김 박사는 “신자유주의적 미디어 산업 구조 개편이 경쟁을 촉진시키기 보다는 소수 재벌 그룹의 과점 구조를 강화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김 박사는 “삼성은 30년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한국 사회를 통치하기 위해 미디어 제국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김 박사는 “JTBC 뉴스가 진보적 논조를 펼쳐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지만 손석희 사장 역시 삼성 미디어 제국이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하다면 시스템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에서 얼마든지 진보적인 색깔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결국 버려질 거라는 이야기다. 김 박사는 “JTBC가 삼성의 치명적인 부분, 자본주의의 근본을 건드리는 걸 본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 91.
  • 92.
  • 93.
  • 94.
  • 95.
  • 96.
  • 97.
  • 98.
  • 99.
  • 100. 결론. • 한국 경제의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본권력이 국가권력과 결탁했거나 오히려 국가권력을 주무르고 있다는 관점입니다. 다른 층위에서는 스스로를 잠식하는 시장의 탐욕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재벌이 국가권력과 결탁해 기득권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점이나 재벌 이 신자유주의와 결합해 국민경제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관점이 모두 가능하죠. • 재벌과 타협을 하든 재벌의 약점을 공격하든 재벌이 국민경제에 복무하도록 유인하려면 재벌과 국가권력의 결탁을 차단하는 게 우선입니다. 어느 쪽이든 결국 국가가 실행 주체가 돼야 할 테니까 요. 재벌이 먼저 타협하자고 나설 이유도 없겠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했듯이 정부와 국회는 재 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타협의 상대방이 한 편이니 애초에 동등한 거래가 성립할 수 가 없죠.
  • 101. • 결국 삼성과의 싸움을 넘어 삼성이 이미 장악한 국가권력과의 싸움이 돼야 할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소액주주 운동 정도로 이건희·이재용 부자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법 위의 삼성, 그 서슬퍼런 특검 수사도 헤쳐 나왔던 사람들이니까요. 아울러 재벌과 한국 사회가 공존하는 국가 차원의 성장 전략도 고민해야 하겠죠.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갔다”고 개탄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 탈정치화된 시장도 존재하지 않고 탈정치화된 국가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 효율적인 시장이 김상조 교수의 환상인 것처럼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국가를 기대하는 장하준 교수의 이론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국가권력과 결탁한 자본권력, 또는 자본권력에 지배당한 국가권력을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은 식상하지만 가장 원론적인 접근이기도 합니다.
  • 102. • 왕이 무능하면 백성들이 고통을 받지만 삼성 같은 재벌 체제에서 회장이 무능하면 그룹 전체가 위기를 맞거나 아예 망할 수도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되 이재용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겨서 검증해보자는 제안을 했죠. 발상을 전환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지배를 하되 경영에서 물러나는 그림도 가능할 겁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일궈온 그룹의 명운을 걸고 힘에 부치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 재벌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관점과 오히려 경제력 집중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관점이 충돌합니다만 분명한 건 3세 경영으로 들어가면서 삼성이 직면한 위험이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흔히 대마불사라고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보면 대마가 무너지면 최종 대부자는 국가가 되죠. 국가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를 사회적 논의의 영역으로 끌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 103. 마지막 질문. • 대타협의 가능성은 남아있나. • 그 이전에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합니다. • 욕망하면서 혐오하는 그 이름, 재벌. • 지구 반대편의 스웨덴 모델이 해법이 될 수 없고 모든 문제를 일거에 쾌도난마하는 대타협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삼성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도 없지만 과대평가할 이유도 없고요. 다만 재벌 의존적인 성장 전략과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는 분배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경제학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입니다.